글로벌 라틴아메리카(역사 일반)/제4장 고대문명 개관

제 4장 열 셋: 올메까(Olmeca) 문명과 그 어원

우이닉 2023. 5. 16. 19:48

올메까(Olmeca) 문명과 그 어원

일반적으로 올메까 문명은 기원전 12세기에서 2세기까지 멕시코의 동쪽, 멕시코 만을 중심으로 발달한 메소아메리카의 가장 오래된 문명을 일컫습니다. 특히 천문학, 문자, 종교, 건축, 조형 예술 등이 고도로 발달하여 그 이후의 문명들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올메까를 메소아메리카의 모태(母胎) 문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도시 개념의 확립, 피라미드의 건설, 문자의 기원, 달력의 시작, 재규어 숭배, 두개골 변형 등은 그 이후에 융성하게 되는 메소아메리카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올메까 때에 일반화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메까는 워낙에 오래된 문명이다 보니 그리고 사료조차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보니 여러 가지 의문과 오해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그 문명의 특징과 더불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올메까Olmeca, Olmec’라고 하는 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그 어원부터 따져보면 그 뜻은 고무Olli, Ule의 장소ca’, ‘고무가 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지금도 고무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이 올메까 문명과 관련되어 제일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올메까는 나라 이름이 아닙니다. 올메까는 하나의 문화 형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마치 르네상스처럼 문화 흐름의 하나로 이해해야 하지요. 이전까지만 해도 거대한 단일 국가 형태를 가진 올메까라는 나라가 존재하여 전체 메소아메리카 지역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영향이 군사적 정복의 결과였다고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올메까 문화가 메소아메리카 지역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 특징 때문에 생긴 오해입니다. , 올메까 특유의 문양이나 조각 등이 전 중북미 지역, 그중에서도 특히 멕시코 고원이나 마야, 오아하까 등의 지역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올메까라는 나라의 중심지는 멕시코 만(Golfo de México)에 있고 그 외곽 지역은 그들에게 복속된 국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멕시코 만 지역의 올메까가 원형이고 나머지는 그들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올메까의 식민지, 또는 아류(亞流)라고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야 지역, 멕시코 고원 지역, 또는 오아하까 지역에 이르기까지 올메까 문화는 하나의 문화적인 흐름으로 서로 같이 공유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가 나타나는 지역 간의 관계가 정치적으로 주종 관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중심부와 주변부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한 단일 국가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메까를 당시 폭넓게 유행한 문화의 한 유형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합니다.

물론 올메까 문화가 멕시코 만 지역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그곳이 이 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고, 가장 발전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문화가 가장 발전한 곳이 꼭 모태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문화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항상 우열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른 많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중국과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 더욱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인도가 중국이나 한국을 정복해서 불교를 전파한 것은 아닙니다. 인도가 훨씬 문화적으로 발달해서 그런 것만도 아니고요. 그러한 방식으로 이 올메까 문화와 그 문화를 같이 공유하였던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지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올메까라는 말을 정의해 보면, 넓은 의미에서는 전 메소아메리카 지역에 나타난 문화, 예술적 흐름으로, 그리고 좁은 뜻으로는 멕시코만 지역의 올메까 문화 형태를 지닌 부족 국가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올메까 문화와 관련하여 한가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올메까 문화와 멕시코 만 문화(Cultura de Golfo de México)의 혼동이 그것입니다. 보통 메소아메리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접하는 아메리카 대륙 정복 시대의 사료에 쓰여 있는 올메까는 우리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올메까 문화가 아닙니다. 16세기 에스빠냐 사람들이 쓴 사료들에 보면 멕시코 만 지역의 올메까에 대한 언급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올메까는 16세기 당시 그쪽에 살고 있던 멕시코 만 문화를 가진 다른 부족 국가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올메까 문화의 잔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복 시기를 전후한 다른 어떤 메소아메리카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미 멕시코 만 문화는 다른 문화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시기적으로도 여기에서 살펴보고 있는 올메까 문화와 16세기 멕시코 만 문화는 2000년 이상의 터울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아메리카 대륙의 고대 문화를 다룰 때 이야기하는 올메까는 일반적으로 기원 이전에 발전했던 문화이고, 식민지 시대에 유럽어로 쓰인 사료들에 나타나는 올메까는 에스빠냐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당시 멕시코 만 지역에 발전했던 다른 문화입니다.

사실 올메까라는 이름 자체가 사학자들에 의해 멕시코 만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에서 나온 것이고 보면 그런 오해의 소지가 더욱 깊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올메까의 개념들은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로 미루어 볼 때 기원 이전의 올메까 문화는 올메까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원전 올메까 문화에 대한 사료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당시 이 문화를 지칭하는 하나의 단어가 존재했는지, 그리고 존재했다면 어떻게 불렀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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