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여섯: 우루과이에서의 히치하이킹: 2005년 여행일기 중에서
추이Chui는 우루과이와 브라질의 국경 마을이다. 먼저 우루과이 쪽의 마을이 형성되고 이후에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브라질 쪽의 추이라는 마을이 형성되었다. 우루과이 쪽은 표기를 ‘Chuy’로 하고 있다. 두 마을이 전혀 문제없이 한 동네를 이루고 있다. 이민국이나 세관은 각 마을에서 2킬로쯤 떨어진 곳에 있다. 우루과이는 일찍부터 남미에서 0%의 문맹률을 자랑하는 나라다. 목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 덕택에 높은 경제적 안정을 기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 사회의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는 교육으로 재투자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루과이 쪽 이민국 앞에서 우루과이 국립대학교의 심리학과에 다닌다는 아구스띤이란 학생을 만났다. 이 친구는 우루과이의 치안 상태가 좋다는 것을 강조한다. 택시 운전사나 아침 식사를 할 때 서빙을 해주던 종업원도 이런 점을 확인시켜준다.
지난 10월, 우루과이 역사상 최초의 중도 좌파 대통령 따바레 바스께스Tabaré Vázquez가 당선되었다. 표 차이도 상당히 났다. 신자유주의의 유행이 커다란 고비를 맞는 전환점에서 우루과이 역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이번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장기적인 면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자본의 붕괴, 경제의 종속, 그리고 이어지는 국가 경제의 잠식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여 국민들의 좌파 성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한다.
우루과이는 워낙 안전한 나라이고, 이제 브라질처럼 에스빠냐어가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니 - 에스빠냐어 안 통한다고 히치를 안 한 것도 아니지만 - 여기에서는 히치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남미에서 가장 알찬 나라 중 하나인 우루과이. 작은 나라가 큰 대국 사이에 끼어 어떻게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여러 면에서 앞설 수 있었는지 알고 싶다. 통계 수치나 책에 나와 있는 그런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자못 기대된다.
여행 일정이 빡빡해서 빨리 리마로 돌아가야 하지만 우루과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들어오니 또 다른 의욕이 팍팍 생긴다. 아구스띤이라는 녀석이 몬테비데오에서 꼴로니알 도시로 가는 히치하이킹 포인트를 알려주었다. 시내 꼴로니알Colonial이란 이름의 도로에서 494번 버스를 타고 바라 데 산따루씨아Barra de Santalucia라는 곳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면 거기에 히치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다. 원래 경쟁자가 많으면 히치하는 데 짜증이 나게 마련이지만 그런 걸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다. 지금도 다른 녀석이 먼저 와서 자기를 데려갈 차를 기다린다. 나는 여유 있는 마음에 이 친구와 경쟁할 생각이 없다.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놈이 빨리 타고 가면 내가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히치를 할 생각인데, 통행하는 차량의 수가 적어서 그런지 영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오후 12시 10분
집권당인 프렌떼 암쁠리오 엔꾸엔뜨로 쁘로그레시스따 누에바 마요리아Frente Amplio Encuentro Progresista Nueva Mayoria - 이 이름을 굳이 직역하자면 ‘진보를 원하는 다양한 국민들의 새로운 다수당’ 정도 될 것이다. 이름이 길어서 헷갈리지만 약진당과의 연합을 통해 중도 색채를 띠려고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레닌과 마오쩌둥 등을 모델로 삼았던 50년대와 60년대의 좌파는 이제 중남미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사회민주주의 색채라고 표현되는 좌파는 공산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파 등과의 제휴를 통해 자신들이 급진적이지 않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비엘리트 정당이라는 점은 양보하지 않는다. 우파와 신자유주의의 모순들로 인한 경제의 침체와 국내 자본의 침식에 대한 경각심과 우려를 충분히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 지표의 하락과 발맞추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곳 우루과이에서도 좌파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여기는 산따 떼레사Santa Teresa라는 요새이다. 식민지시대 에스빠냐와 포르투갈 국경 분쟁의 중심에 놓였던 곳이다. 워낙 요새나 성곽의 전경을 좋아하다 보니 히치한 차에서 내려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여행 일정이 아무리 바빠도 이번 기회에 볼 수 있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역시 한국식 빨리 빨리는 지울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쩝) 그런데 여기에서 다시 큰길로 걸어 나와 히치를 하려니 경쟁자가 너무 많다. 사회가 안정된 덕택에 히치를 하는 연놈들이 너무 많다. 치안이 좋은 나라에서는 또 이런 문제가 있구먼. 으그! 저 경쟁자들을 워찌 물리치고 성공한담? 버스가 먼저 오면 버스를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