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훌륭한 인간 vs 개, 돼지 혹은 바퀴벌레
라틴아메리카 식민지기간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극단적인 신분의 차이입니다. 정복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 힘센 사람, 똑똑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 돈 많은 사람, 멋지고 예쁜 사람이고 원주민들은 그 반대로 돈 없고, 힘없고, 머리 나쁘고, 고약하고, 고칠 것이 많은 부정적인 인간에 못생기고 흉측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피부색에 따라 사회는 원주민과 유럽 지배계층으로 이분화되었습니다. 이후 흑인 노예들이 들어오면서 이들 역시 사회의 최하층이 됩니다. 의복, 음식, 주거, 언어, 관습 등 모든 면에서 극단의 차이를 보입니다. 사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는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던 지금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차이가 납니다.
핵심이 되는 개념은 이겁니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럼 뭐로 보았는냐? 인간 취급을 해줄 수 없는, 형태만 인간의 모습을 한 동물로 본 것입니다.
이게 바로 현실이었고 식민지 시대의 사회계층구조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오늘날의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서의 식민지시대를 말한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의 인종차별, 빈부격차의 배경이 바로 이 현실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이 형성된 기간이 바로 식민지 기간이고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어느 정도의 변화와 포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기는 하지만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엄청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것이 처절한 현실입니다.
흑인과 백인은 같은 화장실을 쓸 수 없다. 극장에서도 같은 입구로 들어갈 수 없다. 백인이 버스에 타면 흑인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등등의 흑인 인권 관련 이야기가 미국의 20세기 중 후반까지의 현실입니다. 즉 식민지 시기에 만들어진 철저한 신분의 격차가 오늘날까지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 기간의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직적인 신분차이를 들었고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럽의 훌륭한 인간과 대비되는 개나 돼지와 같은 원주민이라는 이분법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개, 돼지 보다도 못한 경우도 많았죠. 바퀴벌레 정도 ㅜㅜ.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차별이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원리입니다.
당시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에 대한 생각은 다음의 문장으로 잘 정리됩니다.
원주민은 말하는 동물이다(Animal que hab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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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제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16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에 건너온 유럽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