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한 손엔 총칼, 다른 손에는 십자가
처음으로 백인들을 만나게 된 원주민들은 대부분 이들을 극진히 환대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황금뿐이었고 돈을 위해서라면 원주민들을 때리고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수천 년간 토대를 이루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당연히 거부하고 저항했겠지요. 땅과 금을 원하는 유럽사람들을 향해 순순히 “맞아요, 이거 다 당신 땅이에요, 당신 금이예요. 금을 많이 못 구해온 저를 죽여주세요~~”라고 하지는 않았겠지요. 결국 유럽 침략자들의 칼과 총이 맨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남들이 멀쩡히 잘살고 있던 땅을 빼앗은 사람들도 뭔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구실이 필요했겠죠. 거기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즉 전쟁과 살육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종교가 따라간 겁니다. 공식적으로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려는 유럽의 국왕을 위해서 정복을 한 것입니다. “너희들은 하나님 안 믿는 나쁜 놈들이니까 하나님 믿게 해주려는 거야!. 우리가 너희들을 위해서 좋은 일 해 주는 거야, 짜샤!” 뭐 대강 이 정도의 합리화입니다.
원주민들은 다양하고 인간적이며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종교관을 가지고 있던 터라 사실 많은 경우 서양사람들이 가지고 온 기독교를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이런 상황이 에스빠냐 사람들 입장에서는 좀 황당한 겁니다. 원래 주목적은 금은보화, 그리고 그게 없으면 땅, 나아가 그 땅에서 일할 원주민 노동력인데, 그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어 기독교들 들이댄 것인데 원주민들이 이걸 덥석 믿겠다고 하면서 좋다고 하니... 아니 이게 아닌데, 쩝... “어 그래,~~~ 우물쭈물 우물쭈물 ~~~ 근데 너희들 거짓말 하는 거지. 너희들 말은 그렇게 하고서 우상을 계속 믿고 있는 거지?... 그러니 너희들을 때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너희들이 그렇게 많이 죽고 힘든 것은 살인적인 노동과 핍박 때문이 아니라 너희들이 기독교를 잘 믿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야. 우리가 너희들을 교화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야!”
정복의 과정은 잔인하고 철저했습니다. 기존 원주민들의 모든 것―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관습, 재산 등―그야말로 모든 것이 철저히 무시되고 에스빠냐사람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이유로 정복은 잔인하고 철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저하지 않으면 신대륙이라고 말할 수 없을 테니까요.
☞ 잠깐! 추천 영화 : ‘1492 콜럼버스’, 감독: 리들리 스콧, 제작년도: 1992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