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뻬론이 나라 경제 말아먹었다고?

 

뻬론과 에비타가 펼쳤던 페로니즘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평가는 포플리즘’, ‘망국’, ‘경제 파탄과 같은 혹독한 것들입니다. 아예 아르헨티나라고 하는 나라의 가장 대표되는 이미지가 이런 것들이니 말입니다. 보통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보수계열의 언론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주로 생산해 냈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좀 더 따져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뻬론과 에비타 정권이 자신의 정치적인 인기를 위해 국가 경제를 걱정하지 않고 무책임한 정책을 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부자, 기득권 중심의 정책으로는 국가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진보적 경제학자들의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건 좌파와 진보 정책을 무조건 폄하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의 문제는 오히려 뻬론 정권 이후의 군부독재 세력이나 반 뻬론이즘을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기인합니다.

뻬론정권이 들어섰을 당시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개발 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제 육성정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나 경제개발계획혹은 미국의 마샬플랜이나 대공황 시대에 후버댐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것들은 시장경제가 가진 한계를 국가 주도로 극복해 보자는 노력의 일환이지요. 즉 뻬론이 내세운 국가 주도형 경제정책이 애당초, 근본적으로, 아무 생각 없는, 자신의 인기를 위한, 그리고 등 등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시도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국가는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중산층을 부양하거나 인위적으로 소비시장을 진작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독점체제를 단속하는 등 다양한 개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만 봐도 뻬론의 경제정책이 아르헨티나를 말아먹었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억지 주장입니다. 뻬론이 통치하던 시기의 국민총생산은 계속해서 늘어나서 130%에 달하는 성장을 보입니다. 개인소득 역시 2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입니다. 아래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은 떨어지고 실질임금은 올라가면서 국민들의 삶은 점차 나아지게 됩니다.

한편 경제의 구조 면에서도 기존의 농업 중심의 국가 경제 체제를 벗어나 공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구조적인 변화에도 성공합니다. 더군다나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반과 기초체력 면에서 뻬론의 빈민구제 정책과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빈곤층을 감소시키고 중산층을 탄탄하게 유지하게 함으로써 전체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합니다. 아래의 도표는 뻬론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대에 어떻게 빈곤층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관리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즉 국민 개개인의 경제를 개선하여 향후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초를 만든 것입니다.

멀쩡한 아이 바보 만들기 쉽습니다. 멀쩡한 정권 쓰레기로 만들기도 쉽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도 그러한 사례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습니까.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엉터리 논리를 만들어내고 언론이 그것을 받아 적어줌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거나 아예 역사 전체를 뒤집어 놓는 현상이 아르헨티나건 오늘날의 우리에게서건 일어나는 거지요.

아르헨티나의 경우 그들 경제 침체의 원흉은 뻬론 정권을 무력으로 무너뜨린 군부입니다. 1976년 군사 쿠데타에 의하여 비델라와 군부 세력이 경제를 주도하면서 그동안 뻬론이 힘들여 만들어 놓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기반이 무너진 것입니다.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빈곤층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 당시의 군부독재가 인권이나 문화 등의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입혔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팩트입니다. 영국과 전쟁을 일으켜 패전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등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어요. 불법과 무능의 끝판왕입니다. 뻬론 이후의 독재자 비델라 시절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4%에서 38%까지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에 대하여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습니다.

뻬론은 외환 관리, 무역 보호, 산업 보조금 장려, 관세를 통한 경제성장 도모 등과 같은 정책을 병행하였고 수입대체와 국내 생산품 육성을 통한 국가 소비시장 활성화와 같은 정책을 펼쳐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물론 많은 부분 실패를 한 것도 있고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역부족이었다는 점 또한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뻬론 정권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정권 창출과 개인의 탐욕을 위해 아무런 계획 없는 인기영합주의를 채택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평가는 뻬론을 깎아내리기 위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 1945~1955년의 실질임금과 인플레이션. 빨강 실질임금, 연두 인플레이션. 출처: Didáctica de la Historia
그림 1965~2005년까지 절대 빈곤 비율. 출처:INDEC para Gran Buenos A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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