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여섯: 혁명이 세상을 바꾸다

쿠바 혁명의 의의와 가치는 독재 정부의 붕괴와 쿠바 민중의 승리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국내외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내부에서는 빈부격차가 극심하던 사회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드는, 모든 것을 다 바꾸는 개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외부의 변화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쿠바 혁명을 지켜본 주변 나라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요? 멕시코, 아르헨티나, 니카라과의 사람들이 쿠바 혁명의 성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잘 사는 사람들은 아이고, 무서워라. 우리나라도 저 무식한 노동자, 농민들이 저런 식으로 혁명하면 어쩌나하고 겁을 먹었을 테고, 민중들은 ! 대단하다! 저들이 해냈구나! 저렇게 하면 우리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겠구나. 신분의 귀천에 따라, 피부 색깔에 따라, 엄청난 기득권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눈 역사의 굴레를 깰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겠죠. 안 그렇겠습니까! 지금까지 500년 동안 노예나 하인처럼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세상의 주인이 되는 모습을 보았는데요.

우리나라의 동학이나 천주교의 전파, 활빈당이나 정여립의 대동계 등도 이와 같은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은 귀천이 없다. 우리는 왜 항상 굶어 죽고, 저 사람들은 항상 배터지게 먹고 방귀만 뀌냐. 이건 잘못된 거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혁명이 성공해서 이제까지 머슴 살던 사람이 양반과 똑같이 먹고 똑같은 대우를 받는 사회가 이웃 나라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빨리 퍼졌겠습니까. 라틴아메리카는 서로 같은 말을 쓰지요, 게다가 원래 국경의 개념도 다른 곳에 비하여 약합니다. 서로 문화면에서도 같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러한 소식과 분위기가 얼마나 급속도로 전파되었겠습니까. 전체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말입니다. 쿠바 혁명은 결과적으로 라틴아메리카 게릴라 운동의 시발점이 됩니다.

앞에서 멕시코 혁명이 보수적으로 끝났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혁명의 정신이 여러 면에서 헌법에도 반영되고, 국가 통치 이념에도 반영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사회 전체를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사회주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멕시코 혁명을 중단된 혁명Revolución interrumpida,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혁명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즉 실패라는 거지요.

에비따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정치적으로 제도권 내에서 라틴아메리카 500여 년의 불평등과 착취의 관계를 해결해 보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실패로 그치고 맙니다. 다른 나라들이라고 왜 이러한 노력과 저항을 안 했겠습니까.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한, 정치를 통한, 경제를 통한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곳에서도 이제까지의 그 지긋지긋한 모순을 타파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쿠바에서 훌륭하게 모든 기득권을 무너트리고 민중이 승리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에 그치지 않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대졸자의 수가 가장 많고, 문맹자의 수가 가장 적고, 국민 의료 보험 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고, 국민 스포츠가 발전하는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한 것입니다. 바로 혁명을 통해서 말입니다. 까스뜨로와 체 게바라가 홍길동이 되어 부패한 양반을 때려잡아 모든 사람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든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소련에 대한 종속과 같은 내면의 문제점과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모든 국민이 높은 생활의 질을 가진 이상적인 국가가 기존의 라틴아메리카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쿠바 혁명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고, 이러한 점이 주변 라틴아메리카에 미친 파장은 엄청났으리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쿠바 혁명을 얘기할 때면 가슴이 벅찹니다. 필자가 좀 무늬만 빨갱이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필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체 게바라 관련 책이 팔리는 거 아니겠어요? 영화로 치면 이 부분이 극적인 클라이맥스에 해당합니다. 학교는커녕 굶어 죽는 자식들을 속수무책으로 봐오던 깜둥이 쿠바 아저씨의 아들이 대학을 나와 자랑스럽게 정부의 관리가 되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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