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다섯: 독도는 우리 땅, 파나마는 미국 땅
이제 여러분에게 파나마와 파나마 운하를 설명해도 될만한 어느 정도의 배경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중심 주제인 파나마로 들어가 봅시다. 너무 주변 이야기가 많았나요? 쩝.
아무튼, 파나마 운하라는 중요한 이권 때문에 미국에 의하여 콜롬비아에서 분리 독립되어 탄생한 나라가 파나마입니다. 다른 중남미 국가와 비교해 100여 년 가까이 늦은 1903년의 일입니다.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가 파나마를 독립시키는 데 많은 이바지를 했습니다. 독립 이후의 파나마는 정치면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사회, 문화, 정신면에서도 미국에 절대 의존하게 됩니다. 파나마 영토를 동서로 관통하는 파나마 운하가 1914년에 완공됩니다. 그리고 운하의 남북 10마일을 미국에 영구 임대한다는 조약을 맺습니다. 그냥 무상으로 영구 임대한다고 하면 너무 속이 보였겠죠. 그래서 돈을 좀 줍니다. 매년 임대료 25만 달러입니다. 대략 한화로 따지면 약 3억 정도 되려나요. 삼억 정도의 돈에 파나마 운하 전체와 그 주변을 다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강남 아파트 한 채도 안 되는 가격에 말입니다. 뭔 말을 더하겠습니까. 한 마디로 파나마 운하는 영구적으로 미국 땅이나 다름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1999년 12월 31일 운하가 파나마에 반환되었습니다. 이 운하를 돌려받기 위해 삐비릿내 나는 투쟁의 역사가 파나마의 역사입니다. 운하라는 이권 덕택에 역사가 만들어지고 다시 쓰이는 운명을 겪은 겁니다. 파나마의 역사에서 지면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있는 두 명의 대통령이 아리아스Arnulfo Arias Madrid와 또리호스Omar Torrijos Herrera입니다. 아리아스는 세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고도 군사 쿠데타에 의하여 세 번이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비운의 인물로 파나마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입니다. 또리호스는 다음 꼭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이 이외에 한 명이 더 있기는 한데 잠깐 기다리세요, 그가 오늘 이야기의 피날레니까요. 아리아스와 또리호스는 모두 반미라고 하기에는, 파나마에서 반미라는 말을 하기가 좀 힘들어서 표현이 어색합니다만, 아무튼 미국과 어느 정도 동등한 입장 내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한 대통령입니다. 경제적으로 달러를 사용하고, 자국의 군대도 없이 경찰이나 방위대 정도만 있고, 미군이 주둔해서 영토를 가로지르는 운하 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나라에서 반미라는 말은 분명 한계가 있겠죠. 그래서 이들 대통령을 반미대통령이라고 하기는 좀 껄적지근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서는 미국에게 할 소리는 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들 대통령과 관련된 파나마 운하 그리고 미국의 관계가 파나마 역사의 주요한 축이 되니 이 부분을 좀더 구체적으로 관찰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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