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둘: 빨갱이도 아닌데 ... 억울해요
이번 장에서는 니카라과의 식민지 모순 극복의 과정과 좌절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답한 것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사실 어디 라틴아메리카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역사만 봐도 절절하고 안타까운 대목이 끝이 없습니다. 현실의 모순과 부정의를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도 그 결과가 참으로 억울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로봇 태권브이에 나오는 정의로운 세상을 현실에서 발견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유럽인들의 침략에서 시작된 불평등과 이에 따른 끊임없는 착취의 악순환 구조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쿠바 이외에,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보겠다는 여러 노력과 투쟁이 모두 수포로 돌아갑니다. 쿠바 혁명처럼 시원하고 속이 확 트이는 그런 이야기가 별로 많지 않군요. 이번 장에서 살펴보게 될 니카라과에서도 역시 이러한 역사가 다른 형태로 거듭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거냐고요? 그때그때 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메시지와 다른 교훈을 우리에게 줍니다. 즉 실패한 나라가 다양하고, 원인이 다양하니 그 교훈도 다양한 것이지요. 앞 장에서 살펴본 칠레의 경우는 공산당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공산당과 관계가 먼 데도 미국이 또 자기 마음대로 정권을 세우고 무너뜨립니다. 즉 미국의 개입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이곳 니카라과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자기 마음에 안들면, 자기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그게 공산당이건 아니 건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일단, 공산당 하면 무조건 거부감이 들지 않나요? 새빨간 얼굴에 꼬리 두어 개 달리고, 뿔도 몇 개 솟은 괴물 같은 존재가 빨갱이 아닌가요? 필자가 반공, 승공, 멸공 뭐 그런 단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듣던 세대이다 보니 공산주의에 대한 본능에 가까운 기막힌 이미지가 존재합니다. 물론 북한이 60년대 70년대, 그러니까 필자가 반공 포스터 그리던 시대에는 우리보다 잘살았었다는 사실을 안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북한 어린이들이 모두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가르쳤지요. 그런 거짓말을 필자와 같이 순진한(?) 어린이에게 가르친 것이 부끄럽지도 않나 봅니다. 안 그렇습니까? 필자처럼 빨갱이 기질이 있는 사람이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공산주의가 그렇게 나쁜 건가요? 우리가 그것에 대하여 온전히 알기나 하고, 이해나 하고 비판하는 건가요? 사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다른 것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다 똑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빨갱이로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북유럽 쪽에 빨갱이 아닌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흘렀네요. 우리나라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중남미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지요. 우리만 공산당 하면 얼굴이 빨간 돌연변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빨갱이라고 하면 미국도 거품 물고 경기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반공 이데올로기는 미국의 답습이나 아류인 면이 많습니다. 유명한 메카시즘McCarthyism 같은 것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니 남미의 빨갱이 대통령인 아옌데를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칠레의 경우는 빨갱이니까 미국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보자구요. 빨갱이는 일단 다 나쁜 놈들이니까요(?). 그런데 니카라과의 경우는 빨갱이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훨씬 중립적이고 보수적인 성격을 지향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니카라과 민주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반정부군인 꼰뜨라Contra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죠. 무슨 이야기인지 어리둥절하시죠? 자! 하나하나 차분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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