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섯: 독재자 소모사의 시대.

니카라과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역사상 한 시대로 묶는 1937년부터 1979년의 42년의 긴 세월이 한 가지 색깔로 칠해져 있습니다. 바로 소모사 정권이라는 독재 정권 기간입니다. 원래 소모사는 산디노라는 니카라과의 영웅을 암살한 흉악한 인간이었습니다. 산디노는 미국의 해병대가 지배하던 니카라과를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투쟁한 사람이지요. 그러니까 민족의 영웅을 암살한 산디노가 정권을 잡은 것이 1937년의 일이고, 이후 그에 이어서 그의 두 아들에 걸친 2대 동안의 군사 독재가 1979년까지 4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민주 세력을 암살하고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아버지가 대통령의 기반을 닦고 이어서 그의 맏아들인 루이스 소모사 데바일레Luis Somoza Debayle, 그리고 이어서 둘째 아들인 아나스따시오 소모사Anastasio Somoza Debayle가 대통령을 하였으니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대단한 집안의 대단한 정치가 그리고 대단한 니카라과가 탄생한 것입니다. 갑자기 우리나라의 박 뭐시기라는 사람과 그 딸과 친인척이 42년간 우리나라를 통치하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끔찍한 상상이 듭니다. 하여간 니카라과가 이런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중남미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식민지의 정치, 경제, 사회 전통의 배경에 더하여 한 가족이 40여 년간 미국의 비호를 받으며 정권을 잡았으니 어땠겠습니까? 권력 집중, 억압, 부패, 경제 편중 현상 등 그야말로 독재의 전형적인 폐단이 여실히 드러났겠죠. 정권 주변의 기득권 세력은 공고해지고 민중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습니다.

에피소드가 참 많았습니다. 니카라과 사람 1만 명 이상이 죽는 지진이 났을 때 소모사의 권력 유지를 담당하던 군인과 경찰들이 직접 나서서 약탈을 일삼았습니다. 도시의 재건에도 소모사 일족이 경영하는 회사가 재건을 담당하는 등 권력에 빌붙어 있는 세력들을 위한 권력 집중과 이에 따르는 피해는 날로 심해졌습니다. 이를 보다 못해 들고 일어난 것이 이른바 산디니즘Sandinismo이라고 부르는 니카라과 혁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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