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의 사회적인 배경
아무리 이들의 찌질로부터의 탈출 욕망이 컸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가히 엄두를 내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사회적인 분위기가 생기게 됩니다. 십자군을 통해 동양의 문물에 접하는 사람이 많게 되면서 신비하고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양과의 사회 정신적인 거리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여기에 마르코 폴로(1254-1324)의 동방견문록이 큰 몫을 합니다. 유럽 이외 지역에 대한 인지와 동경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유럽 사회에 동양 사회를 실존,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죠. 동방견문록에 자세하게 쓰여있는 후추에 관한 이야기가 신분 상승을 노리는 유럽의 상인들에게 구미를 당기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사실 동방견문록이 그 당시에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양에 대한 유럽사람들의 동경과 흠모 그리고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마르코 폴로는 이탈리아 상인으로 베네치아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일단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점이 범상치 않습니다. 그는 1271년에서부터 129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여행했으며, 17년 동안 중국에 머뭅니다. 그는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여행담을 글로 남기게 되는데 그것이 《세계의 묘사(Divisamentdou Monde)》라는 책인데 우리는 이것을 흔히《동방견문록》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상당 부분이 동양에 있는 후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당시의 중요 관심사였던 후추와 동방무역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새로운 무역로 개척의 열망에 불을 지핍니다. 마르코 폴로가 진짜 동양에 가보기나 한 것이냐 아니냐 혹은 그 내용이 맞냐 안 맞냐 여러 가지 논쟁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찌 되었건 이 책은 당시 유럽을 뒤흔든 베스트셀러였고 그 내용은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던 유럽에게는 큰 사회적 촉매제가 됩니다. 즉 1492년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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